리즈성형칼럼

제목

제 코도 고칠 수 있을까요?

제 코도 고칠 수 있을까요?

 

한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탄절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의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자가 있다.

 

코끝이 붉어졌다고 걱정하면서 나를 찾아온 중년 여성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진료실로 들어온 것을 보니 외출을 제대로 못 한 지가 몇 달이 되었다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마스크를 벗고 난 모습은 의사인 내가 보아도 많이 심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코끝과 콧구멍 사이의 비주는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고, 이것이 콧등으로 번져 나가서 코 전체가 아바타처럼 변해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사춘기때 부터 코가 낮아서 콤플렉스였다는 그 여성은 젊어서 실리콘 보형물로 콧대를 세우고 나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잘 지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보형물에 염증이 생겨 제거하게 되면서 이번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다시 낮아진 코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지내다가, 지인의 소개로 소위 잘 한다는 필러전문병원에서 몇 차례 필러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코만 높아졌을 뿐, 들창코는 그대로 남아서 결국 콧대와 코끝에 실과 필러를 같이 시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시술할 때부터 코끝이 붉어져 있던 것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급기야는 콧대까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상처에서 고름이 나면서 낫지 않고 계속 악화되면서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혼자 고통을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제 코도 고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는 환자에게 일단 최선을 다해 보자고 이야기하고는 치료계획을 세웠다.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는 코라서 바로 조치를 할 수는 없고, 일단 염증을 최대한 가라앉히는 일이 원칙이다.

 

우선 적당한 항생제 주사를 매일 맞기로 하고 먹는 항생제와 함께 처방을 내렸다.

일주일 쯤 지난 후, 붉은빛이 조금 줄어들면서 통증도 함께 없어졌다.

 

수술을 시작했다.

콧속을 모두 들여다보고 확인을 해야 할 일이라, 콧구멍 사이의 피부, 비주를 절개해서 코 안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곳곳에 염증으로 인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고름, 필러 찌꺼기. 함께 넣은 실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어서 정상적인 연골과 뼈를 찾는데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악전고투 끝에 정상적인 모습이 있는 층과 염증이 생긴 곳을 빠짐없이 분리해 주었다. 염증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러와 실이 엉켜 있는 부위를 모두 제거했다. 일단 염증의 원인은 모두 제거했다고 한숨을 돌렸지만, 이제 더 큰 일이 남았다.

 

의심스러운 모든 조직을 제거하고 보니 얇은 피부 위에 코뼈와 연골만 남아 있는 모습이 되었다. 코뼈가 피부 아래로 비쳐 보일 판이다. 무엇으로 이 빈자리를 채워야 할까?

할 수 없이 엉덩이 사이에 있는 두꺼운 진피 지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흔히 엉덩이살로 코를 만든다고 하는데, 엉덩이 사이의 굴곡 속에 있는 피부와 진피, 지방을 한꺼번에 떼어낸 다음,

떼어낸 조직에서 피부를 모두 제거하고 남은 진피와 지방을 코 모양으로 다듬어서 보형물처럼 넣어 준다.

 

이 조직은 마치 살처럼 피부와 코뼈 사이를 채워서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공간을 메우는데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을 만큼 좋아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수술을 바치고 나서 부기가 어느 정도 빠진 즈음,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아왔던 그 여성은 이제 곱게 화장을 하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를 은인으로 알겠다는 말을 하는 그 여성에게 이제 조금 더 밝고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는 말로 위로해 주었다.

 

요즘 간단하고 회복이 빠른 시술이 선호되는 세태에 맞추어 쁘띠 성형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 시간이 제법 지났다. ‘부담 없이 하루 만에라는 이야기처럼 간단하고 손쉬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사들에게도 고민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술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메이크업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시술한 것이 이렇게 큰 문제가 생겼으니, 어떤 시술이든 원칙을 지켜야 하고 주의해야 한다는 이유가 명확해진 셈이다.

자신의 코 때문에 생긴 문제로 자신감을 잃고 지내던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으니 성탄절을 맞이해서 나도 좋은 일 하나 한 셈이다.

 

비록 각자도생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남을 도울 수 있는 한 줄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성탄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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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9-01-09

조회수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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